
시험 보는 꿈을 꾸고 깨면 기분이 묘하다.
학교를 떠난 지 한참인데 답안지 앞에 앉아 있었다. 아는 게 하나도 없었고, 시간은 계속 줄었고, 옆 사람들은 다 쓰고 있었다. 눈을 뜨고 나서야 아, 나 졸업했지 한다.
이 꿈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꿈 중 하나다. 그리고 의외의 연구 결과가 하나 붙어 있다. 시험 꿈을 꾼 쪽이 실제 시험을 더 잘 봤다는 결과다.
먼저 그 얘기부터 하자.
루미
"그 꿈에서 뭐가 제일 문제였어요?
아는 게 없었어요? 늦었어요? 아니면 교실을 못 찾았어요?
셋이 다른 꿈이거든요.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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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꿈을 꾼 쪽이 성적이 더 좋았다과거 보러 가던 유생 셋의 꿈시험에서 백지를 낸 꿈시험에 지각하는 꿈시험장을 못 찾는 꿈시험에 떨어지는 꿈, 결과를 모르는 꿈면접 보는 꿈시험 꿈이 반복해서 나올 때정직하게 얘기하면자주 묻는 것들시험 꿈을 꾼 쪽이 성적이 더 좋았다
2014년 프랑스에서 나온 연구가 하나 있다.
의대 입학시험을 치른 학생 700여 명에게 전날 밤 꿈을 물었다. 60%가 시험 꿈을 꿨다고 답했고, 그중 78%는 꿈에서 시험을 망쳤다. 가장 많았던 내용은 두 가지였다. 시험에 늦는 것, 그리고 답이 생각나지 않는 것.
여기까지는 예상대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험 전날 밤 시험 꿈을 꾼 학생들이 실제 시험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학기 중에 시험 꿈을 자주 꾼 학생일수록 점수가 높은 경향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걸 예행연습으로 설명한다. 꿈에서 안 좋은 상황을 미리 겪어보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편의 연구이고 상관관계를 본 것이라 이걸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다만 방향이 통념과 반대인 건 분명하다.
시험 꿈을 꿨다고 시험을 망친다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그 반대를 시사하는 연구가 있다.
과거 보러 가던 유생 셋의 꿈
전통 쪽에도 시험 꿈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리고 이게 꽤 재미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꿈 항목에 『용재총화』에 실린 일화가 소개돼 있다.
유생 세 사람이 과거를 보러 가다가 각자 꿈을 꿨다. 한 사람은 거울을 떨어뜨렸고, 한 사람은 문에 걸어두는 쑥을 봤고, 한 사람은 바람에 꽃이 지는 걸 봤다.
셋이 해몽하는 사람을 찾아갔는데 마침 그가 없고 아들만 있었다. 아들은 셋 다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니 뜻을 못 이루겠다고 했다.
잠시 뒤 아버지가 돌아와 아들을 꾸짖고 다시 풀었다. 쑥은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것이고, 거울이 떨어지면 소리가 나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 그러니 셋 다 이름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세 사람은 모두 급제했다.
같은 꿈이 해몽하는 사람에 따라 정반대로 풀렸다는 얘기다. 백과사전은 이 일화를 조선 초기에 해몽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있었다는 근거로 소개한다.
시험 꿈을 검색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좀 냉정하다. 해몽은 해몽하는 사람이 정한다. 지금 검색해서 보고 있는 풀이들도 마찬가지다.
시험에서 백지를 낸 꿈

가장 많이 검색되는 장면이다.
전통적 해석에서 이 상황을 다룬 항목은 확인되지 않는다. 과거 시험이 있긴 했지만 답안지를 백지로 낸다는 지금의 감각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백지 꿈은 준비 부족이 아니라 평가받는 상황 자체에 대한 반응으로 읽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이 꿈을 꾸는 사람들 상당수는 준비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준비를 많이 한 쪽이 더 자주 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앞서 본 프랑스 연구도 그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갈리는 건 하나다. 아는데 안 써졌는가, 아예 몰랐는가.
- 아는데 손이 안 움직였다면 수행 불안 쪽에 가깝다
- 아예 모르는 내용이었다면 준비하지 않은 무언가가 닥쳤다는 감각 쪽이다
깨고 나서 안도했는지 계속 찝찝했는지도 정보다.
루미
"혹시 손은 움직이는데 글씨가 안 써졌어요?
아니면 쓰긴 썼는데 뭘 썼는지 모르겠던가요.
그거 좀 다른 얘기예요. 꿈에서 글자가 안 읽히는 건 꽤 흔하거든요."
시험에 지각하는 꿈
앞서 본 프랑스 연구에서 가장 많이 보고된 내용 중 하나가 지각이었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지각 꿈은 시험 꿈과 살짝 다른 자리에 있다. 시험은 능력을 묻지만 지각은 시간을 묻는다. 실력 문제가 아니라 도착 문제다.
그래서 이 꿈은 시험이 아닌 상황에서도 자주 나온다. 기차를 놓치거나, 약속에 늦거나, 준비가 안 된 채로 무대에 오르는 꿈. 다 같은 계열이다.
여기서 갈리는 건 이유다.
- 늦잠을 잤는가
- 길이 막혔는가
- 출발은 했는데 계속 도착을 못 했는가
세 번째가 제일 무겁다. 아무리 가도 도착하지 않는 꿈은 지각보다 정체의 이미지에 가깝다.
지각 자체를 다루는 얘기는 지각하는 꿈 쪽에 따로 있다.
시험장을 못 찾는 꿈
교실 번호를 모르겠고, 건물이 낯설고, 복도가 계속 이어진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이건 시험 꿈이 아니라 길 잃는 꿈에 가깝다. 시험이라는 배경만 빌려 온 것이다.
시험 꿈이 능력을, 지각 꿈이 시간을 묻는다면 이 꿈은 위치를 묻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감각이다.
진로를 정하지 못했거나, 지금 하는 일이 맞는지 확신이 없거나, 다음 단계가 안 보일 때 나오는 이미지로 설명하는 해석이 있다.
길 자체에 관해서는 길 잃는 꿈 쪽에서 더 다뤘다.
시험에 떨어지는 꿈, 결과를 모르는 꿈
떨어졌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실패를 명확히 본 꿈은 오히려 정리된 쪽에 가깝다는 해석이 있다. 결과가 나왔으니까.
프랑스 연구에서도 꿈속 실패가 실제 성적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꿈을 꾼 쪽이 나았다.
꿈에서 떨어졌다고 실제로 떨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예지몽이 아니다.
결과를 모른 채 깼다
이쪽이 더 찝찝하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결말이 없는 꿈은 미결 상태의 이미지로 자주 설명된다. 실제로 결론이 안 난 일이 있을 때 이런 꿈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이 꿈이 계속 나온다면 시험이 아니라 아직 답이 안 나온 일이 뭔지 보는 게 낫다.
면접 보는 꿈
면접 꿈은 시험 꿈의 사촌이다. 그런데 결이 하나 다르다.
시험은 답을 묻고 면접은 사람을 본다.
시험 꿈에서 문제가 되는 건 내가 아는 것이다. 면접 꿈에서 문제가 되는 건 나 자체다. 그래서 면접 꿈은 대체로 더 노출된 느낌으로 남는다.
전통적 해석은 없다. 근대 이후의 상황이니 당연하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갈리는 지점은 시험 꿈과 비슷하지만 항목이 조금 다르다.
- 말이 안 나왔다 — 준비한 답이 있는데 입이 안 떨어지는 장면. 이건 목소리가 안 나오는 꿈과 같은 계열일 수 있다
- 옷차림이 이상했다 — 면접 꿈에서 유독 자주 나온다. 노출이나 부적절함의 감각이고, 벌거벗은 꿈과 이어진다
- 면접관이 아는 사람이었다 — 그러면 그 꿈은 면접 얘기가 아니라 그 사람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 면접관이 얼굴이 없었다 — 꿈에서 얼굴이 흐릿한 건 흔한 일이다. 모르는 사람 꿈 쪽에 설명이 있다
면접 꿈을 꿨다고 면접을 망친다는 근거는 없다. 시험 꿈과 마찬가지다. 오히려 앞서 본 연구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예행연습에 가깝다.
시험 꿈이 반복해서 나올 때
졸업한 지 10년, 20년이 지나도 이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이 현상은 대체로 이렇게 설명된다. 시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명확한 기준으로 평가받은 경험이다. 점수가 나오고 등수가 나온다. 그 감각이 강하게 남아서, 이후에 평가받는 상황이 오면 뇌가 가장 익숙한 형식을 꺼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시험 꿈을 자주 꾼다면 실제로 시험을 앞둔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 대신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 인사평가나 실적 리뷰가 다가옴
- 새 일을 맡았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음
- 누군가에게 계속 확인받아야 하는 상황
반복되는 꿈 전반에 관해서는 반복되는 꿈 쪽에서 다뤘다.
정직하게 얘기하면
루미
"시험 꿈 검색하면 '흉몽이다' '합격 징조다' 양쪽이 다 나올 거예요.
둘 다 근거는 못 봤어요.
대신 꿈꾼 쪽이 성적이 더 좋았다는 연구는 있어요. 그게 제일 확실한 얘기예요."
전통 해몽과 현대 심리학은 근거의 종류가 다르다.
백과사전도 해몽 목록을 늘어놓은 뒤에, 이런 풀이들은 여러 사람의 체험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지 이론적 근거를 갖춘 건 아니라고 직접 적어두었다.
시험 꿈은 그중에서도 특수하다. 전통 해몽에 항목이 거의 없고, 대신 현대 연구가 있다.
지금까지 다룬 뱀이나 돼지가 옛 기록이 두터운 쪽이었다면 시험은 반대다. 옛사람들도 과거 시험을 봤지만 그때의 시험과 지금의 시험은 상황이 너무 다르다. 그 차이를 뭉개고 옛 풀이를 갖다 붙이면 없던 결론이 생긴다.
몇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시험 꿈은 예지몽이 아니다. 꿈에서 떨어졌다고 실제로 떨어지지 않는다.
시험 꿈과 로또 번호 사이에도 확인된 연관이 없다. 돈과 관련된 꿈은 돈 줍는 꿈 쪽에 있다.
시험 꿈이 합격의 징조라는 얘기도 그대로 믿을 건 아니다. 앞서 본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인 것이지 꿈이 결과를 만든다는 얘기가 아니다.
자주 묻는 것들
시험 보는 꿈은 길몽인가요 흉몽인가요. 전통 해몽에 항목이 거의 없어 길흉으로 나눌 근거가 없다. 현대 연구 쪽에서는 시험 꿈을 꾼 학생이 실제 시험을 더 잘 봤다는 결과가 있다.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 왜 시험 꿈을 꾸나요. 시험이 처음으로 명확한 기준에 평가받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후 평가받는 상황이 오면 뇌가 그 형식을 꺼내 온다는 설명이 있다. 실제로 시험을 앞둔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시험 전날 시험 꿈을 꿨어요. 나쁜 징조인가요. 아니다. 오히려 시험 전날 시험 꿈을 꾼 학생들이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가 있다. 흔한 일이기도 하다. 조사에서 60%가 꿨다고 답했다.
면접 꿈도 시험 꿈과 같은가요. 계열은 같지만 결이 다르다. 시험은 아는 것을 묻고 면접은 사람 자체를 본다. 그래서 면접 꿈은 노출되는 감각으로 더 자주 남는다.
시험 꿈을 자주 꾸면 불안장애인가요. 자주 꾼다는 것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잠을 계속 못 자거나 낮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그건 꿈의 문제가 아니라 수면과 컨디션의 문제이니 진료를 받아보는 게 낫다.
꿈을 자꾸 까먹어요. 깨고 90초쯤이면 흐려지기 시작한다. 눈 뜨자마자 몸을 일으키지 말고 잠깐 그대로 있어보면 조각이 더 떠오른다.
시험 꿈을 꾸고 깬 날은 대체로 피곤하다. 꿈에서 이미 한 번 시험을 봤으니까.
오늘 뭔가 평가받을 일이 있다면 그건 그대로 하면 된다. 꿈이 결과를 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리 한 번 겪어본 셈이라는 연구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해도 손해는 없다.
그리고 오늘은 커피 한 잔 정도는 더 마셔도 된다.

같은 시험 꿈이어도 사람마다 남는 색이 다르다.
꿈부적은 당신이 적어둔 꿈의 장면과 당신의 일간(日干) 오행을 함께 보고, 오늘의 색과 배경화면을 만든다. 해몽을 대신 해주는 앱이 아니라, 오늘 꾼 꿈을 하루 동안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주는 쪽에 가깝다.
방금 읽은 그 꿈, 어떤 색으로 나올지 궁금하다면.
참고자료
- 꿈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용재총화』 유생 세 사람의 과거 해몽 일화, 민속신앙 해몽 비법 목록
- Isabelle Arnulf 외, "Will students pass a competitive exam that they failed in their dreams?",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9 (2014) · PubMed
- 수행 불안과 반복 꿈에 관한 현대 수면·꿈 심리학 연구 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