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우는 꿈은 깨고 나면 개운하지가 않다.
심장이 뛰고, 화가 남아 있고, 상대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하루가 어색해진다. 아는 사람이었다면 특히 그렇다.
그래서 검색한다. 이거 안 좋은 꿈인가.
옛 기록은 오히려 반대로 봤다. 그리고 무엇을 경계했는지가 좀 뜻밖이다.
루미
"이기셨어요, 지셨어요?
근데 그거보다 먼저요. 그거 몸으로 붙은 싸움이었어요, 아니면 말싸움이었어요?
옛날 기록은 그 둘을 완전히 다르게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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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해몽은 충돌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주먹은 괜찮고 입이 문제였다이겼나, 졌나때리는데 힘이 안 들어간 꿈말싸움이었다면상대가 누구였나말리는 쪽이었다, 화해한 꿈정직하게 얘기하면자주 묻는 것들옛 해몽은 충돌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꿈 항목의 해몽 비법 목록에서 다툼이나 충돌과 관련된 항목을 찾아보면 이런 것들이 나온다.
- 큰 재난을 만나면 좋은 일이 있다 (인사)
- 여자가 칼을 차면 경사가 있다 (기물)
- 기물 항목에는 흉기로 인한 죽음조차 크게 길하다고 본 항목이 있다
나쁜 일을 겪는 장면이 좋은 쪽으로 뒤집힌다.
백과사전은 옛 해몽에 꿈은 현실과 반대라고 보는 태도가 있었다고 정리하는데, 이 항목들이 그 예다. 죽는 꿈이나 결혼하는 꿈 편에서도 같은 규칙이 나온다.
싸웠다는 이유로 흉몽이라 볼 근거는 기록에 없다.
주먹은 괜찮고 입이 문제였다
그런데 같은 목록에서 나쁘게 본 항목들을 모아보면 방향이 다르다.
- 모르는 사람과 술을 마시면 구설(口舌)이 생긴다
- 수건을 보면 구설수가 있다
- 앵무새가 울면 부인에게 구설수가 생긴다
구설이다. 전부 말에 관한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 옛 해몽의 방향 | |
|---|---|
| 몸으로 붙는 충돌 | 좋은 쪽으로 뒤집힘 |
| 말로 인한 다툼 | 경계 대상 |
옛사람들이 무서워한 건 주먹이 아니라 입이었다.
짐작이 가는 이유가 있다. 몸싸움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만 말은 남는다. 옮겨지고, 커지고, 돌아온다. 좁은 공동체에서 살던 사람들에게 그게 더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니 이 꿈에서 물어야 할 게 하나 늘어난다. 몸으로 붙었나, 말로 붙었나.
이겼나, 졌나

가장 많이 검색되는 갈림길이다.
이겼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이건 통제감의 이미지로 읽는 해석이 있다. 위협을 능동적으로 처리했다는 그림이다.
다만 이긴 뒤가 더 중요하다. 개운했는지, 찝찝했는지, 미안했는지.
찝찝했다면 그건 해결이 아닐 수 있다. 뱀꿈 편에서도 다룬 얘기인데, 처리했다고 믿고 싶지만 실제로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졌다
깨고 나서 기분이 제일 안 좋은 쪽이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진 꿈은 무력감의 이미지로 읽는 해석이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진 꿈이 실제로 진다는 뜻이 아니다. 예지몽이 아니다.
오히려 시험 보는 꿈 쪽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 시험 전날 시험 망치는 꿈을 꾼 학생들이 실제로는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결과가 있다. 미리 겪어본 것이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말이 없었다
싸우다가 깼거나, 계속 싸우고 있었거나.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결말 없는 꿈은 미결 상태로 자주 설명된다. 실제로 결론이 안 난 갈등이 있을 때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때리는데 힘이 안 들어간 꿈
루미
"주먹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이거 진짜 흔해요. 그리고 이유가 있어요."
아주 자주 보고되는 장면이다. 때리려는데 팔이 느리고,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 맞아도 상대가 멀쩡하다.
그리고 이건 상징이 아니라 몸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꿈을 많이 꾸는 렘수면 단계에는 특징이 하나 있다. 몸의 근육이 거의 움직이지 않도록 잠겨 있다. 꿈에서 뛰거나 싸우는 대로 몸이 움직이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에서 힘을 쓰려 해도 실제로는 근육이 반응하지 않고, 그 감각이 그대로 장면에 들어간다.
같은 이유로 나오는 꿈들이 있다.
- 목소리가 안 나오는 꿈
- 뛰는데 앞으로 안 나가는 꿈
- 가위눌림
전부 근육이 잠겨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계열이다.
그러니 이 장면이 기억난다면 그건 무력감의 상징이라기보다 몸의 상태가 꿈에 들어온 것일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도 「몽감론」에서 몸이 겪은 것이 꿈이 된다고 적었다.
말싸움이었다면
몸으로 붙은 게 아니라 말로 다툰 경우다.
전통적 해석에서 앞서 본 대로 구설 관련 항목들이 여기 걸린다. 옛 해몽이 경계한 쪽이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말싸움 꿈은 몸싸움 꿈과 감각이 다르다. 내용이 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가 기억난다면 그게 이 꿈에서 가장 정보가 많은 부분이다.
그리고 자주 나오는 두 장면이 있다.
할 말을 못 했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안 나온다. 이건 앞서 말한 근육 잠금과도 이어지고, 옛 애인 꿈 편에서 다룬 정철의 「속미인곡」 장면과도 겹친다. 400년 전에도 사람들은 꿈에서 할 말을 못 했다.
말이 안 통했다 — 말은 하는데 상대가 못 알아듣거나 신경 안 쓴다. 소통이 안 된다는 감각 쪽으로 읽는 해석이 있다.
상대가 누구였나
아는 사람이었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이건 대체로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읽는다. 실제로 다툰 적이 없어도 그렇다.
껄끄러운 대화가 있었거나, 하고 싶은 말을 못 했거나, 눌리는 관계라면 그 감각이 이 형태로 나올 수 있다.
다만 그 사람에게 화가 나 있다는 뜻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꿈은 감정을 정확한 대상에 붙이지 않는다.
깨고 나서 그 사람이 미워졌다면, 그건 꿈이 만든 감정이지 그 사람이 한 일이 아니다.
윗사람이 나오는 꿈은 상사 나오는 꿈 쪽에서 따로 다뤘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얼굴이 흐릿한 상대는 흔하다. 꿈은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세밀하게 만들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 꿈 쪽에 설명이 있다.
상대가 특정되지 않았다면 갈등 자체가 이 꿈의 내용이다. 누구와의 갈등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말리는 쪽이었다, 화해한 꿈
말렸다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경우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이건 중간 자리의 이미지다. 어느 편도 아니고, 양쪽을 다 봐야 하고, 둘 다 나를 안 좋아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위치에 있는 시기에 나온다는 설명이 있다. 가족 사이든 직장이든.
화해했다
드물지만 있다. 그리고 깨고 나면 기분이 좋다.
현대 심리학 관점에서 이건 정리된 상태로 읽는 해석이 있다. 다만 여기서도 하나는 짚어야 한다.
꿈에서 화해했다고 실제로 화해한 건 아니다. 그리고 상대가 사과했다면 그 말은 그 사람이 한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다.
그래도 무슨 말을 듣고 싶었는지는 드러난 셈이다. 그건 나에 관한 정보다.
정직하게 얘기하면
루미
"이 꿈 검색하면 다툼이 생길 징조라는 얘기가 나올 거예요.
근데 옛날 기록은 반대예요. 큰일을 당하는 장면일수록 좋게 봤거든요.
대신 구설은 조심했고요. 그 차이가 재밌죠."
전통 해몽과 현대 심리학은 근거의 종류가 다르다.
옛 기록에서 확인되는 건 충돌을 겪는 장면은 좋은 쪽으로 읽고, 말로 인한 구설은 경계했다는 것까지다.
백과사전도 해몽 목록을 늘어놓은 뒤에, 이런 풀이들은 여러 사람의 체험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지 이론적 근거를 갖춘 건 아니라고 직접 적어두었다.
몇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싸우는 꿈은 예지몽이 아니다. 실제로 다툼이 생긴다는 뜻이 아니다.
꿈에서 이겼다고 현실에서 맞서야 할 이유도 없다. 꿈은 그 판단에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꿈에서 누구와 싸웠다고 그 사람에게 화를 낼 일도 아니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안 했다.
싸우는 꿈과 로또 번호 사이에도 확인된 연관이 없다.
자주 묻는 것들
싸우는 꿈은 흉몽인가요. 옛 기록은 충돌 장면을 오히려 좋은 쪽으로 읽었다. 경계한 건 말로 인한 구설 쪽이다.
지는 꿈을 꿨어요. 예지몽이 아니다. 시험 꿈 쪽 연구를 보면 미리 겪어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결과도 있다.
때리는데 힘이 안 들어갔어요. 아주 흔한 장면이고 몸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렘수면 중에는 근육이 잠겨 있어서 힘을 쓰려 해도 반응이 없다.
아는 사람과 싸웠어요. 그 사람에게 화가 나 있다는 뜻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꿈은 감정을 정확한 대상에 붙이지 않는다.
계속 싸우다가 깼어요. 결말 없는 꿈은 미결 상태로 자주 설명된다. 반복된다면 간격을 적어두면 나중에 읽힌다.
꿈을 자꾸 까먹어요. 깨고 90초쯤이면 흐려지기 시작한다. 눈 뜨자마자 몸을 일으키지 말고 잠깐 그대로 있어보면 조각이 더 떠오른다.
싸우는 꿈을 꾸고 나면 몸이 좀 뻐근하다. 꿈에서 계속 힘을 주고 있었으니 그렇다.
오늘 할 일은 없다. 굳이 하나 꼽자면, 요즘 하고 싶은데 못 한 말이 있는지만 한번 보자. 말싸움 꿈이었다면 특히 그렇다.
그리고 꿈에 나온 사람한테는 아무 얘기도 하지 말자. 그쪽은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같은 꿈이어도 사람마다 남는 색이 다르다.
꿈부적은 당신이 적어둔 꿈의 장면과 당신의 일간(日干) 오행을 함께 보고, 오늘의 색과 배경화면을 만든다. 해몽을 대신 해주는 앱이 아니라, 오늘 꾼 꿈을 하루 동안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주는 쪽에 가깝다.
방금 읽은 그 장면, 어떤 색으로 나올지 궁금하다면.
참고자료
- 꿈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민속신앙 해몽 비법 목록(인사·기물·동물 항목), 해몽의 두 가지 태도, 이익 「몽감론」
- 렘수면 무긴장(REM atonia)에 관한 수면의학 자료 일반
- 시험 전 꿈과 수행에 관한 연구 일반
- 현대 수면·꿈 심리학 연구 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