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이 남았을 것이다.
꽃 꿈은 대체로 그렇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보다 무슨 색이었는지가 또렷하다. 활짝 피어 있었거나, 시들어 있었거나, 누가 건네줬거나.
그리고 검색을 하면 대개 태몽 얘기부터 나온다. 그 얘기는 뒤에서 하겠다.
먼저 옛 기록을 열어보면 좀 뜻밖의 구절이 있다. 꽃을 두고 이렇게 적어놓았다.
루미
"꽃을 누구랑 나눠 가지는 꿈, 좋아 보이죠?
옛 항목엔 이렇게 적혀 있어요. 남과 꽃을 나누면 흩어진다.
나눈다는 게 곧 갈라진다는 뜻이 된 거죠."
목차 보기
나눔이 곧 갈라짐이었다그런데 널리 도는 옛 목록에는 꽃 항목이 없다한국 기록에서 꽃은 태몽 쪽에 있다어떤 꽃이었는가꽃 꿈에는 왜 색이 남을까정직하게 얘기하면자주 묻는 것들나눔이 곧 갈라짐이었다
명·청대 해몽서 계열로 전하는 꽃 관련 구절을 모아보면 축이 하나 드러난다.
- 남과 꽃을 나누면 흩어진다
- 손 안의 꽃이 지면 병이 든다
- 누가 꽃을 망가뜨리면 재난이 온다
- 뜰의 꽃이 시들면 큰 재앙이 있다
- 꽃을 심으면 생기가 도는 상이라 재물이 는다
읽어보면 규칙이 보인다.
심는 쪽은 좋고, 나누거나 지거나 망가지는 쪽은 나쁘다.
특히 첫 구절이 눈에 걸린다. 꽃다발을 나눠 갖는 건 지금 감각으로는 정다운 장면인데, 옛 목록은 나뉜다는 것 자체를 보고 흩어짐으로 읽었다.
꽃은 한 송이가 완성된 형태다. 그러니 쪼개는 순간 그건 다른 얘기가 된다고 본 셈이다.
다만 분명히 해두자. 손 안의 꽃이 지면 병이 든다는 구절이 있긴 하지만, 이 꿈이 건강에 관한 정보라는 근거는 없다. 그건 그 시대의 읽는 방식이다.
그런데 널리 도는 옛 목록에는 꽃 항목이 없다

여기가 이 주제의 특이한 점이다.
중국의 옛 해몽서 『주공해몽』의 통행본은 항목을 27개 갈래로 나눠놓았다. 그 목차를 보면 이렇다.
하늘과 땅, 산과 나무, 몸과 머리카락, 옷과 신발, 칼과 북, 제왕, 집, 문과 우물, 금은과 비단, 거울과 비녀, 배와 수레, 길과 다리, 부부와 잉태, 음식과 술, 무덤과 관, 문서와 붓, 슬픔과 병, 신과 부처, 싸움, 감옥, 밭과 오곡, 물과 불, 때와 목욕, 용과 뱀, 소와 말, 거북과 물고기.
꽃이 없다.
나무는 있다. 곡식도 있다. 과일나무도 밭 항목 안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꽃만 독립된 자리가 없다.
밭과 오곡 장을 열어보면 이유가 짐작된다. 거기 있는 건 전부 먹는 것과 심는 것이다. 벼가 익으면 부귀하고, 오곡이 무성하면 재물을 얻고, 채소를 심으면 오래 산다.
그 목록의 세계에서 식물은 양식이었다. 보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앞서 본 꽃 구절들은 그보다 나중에 정리된 해몽서 계열에서 나온다. 꽃이 항목으로 자리를 얻은 게 그만큼 늦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나무 쪽은 나무 꿈, 과일 쪽은 과일 꿈에 정리해두었다.
한국 기록에서 꽃은 태몽 쪽에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꿈 항목의 해몽 비법 식물 항목에도 꽃 항목은 없다. 있는 건 나무와 과일나무와 뽕나무다.
대신 태몽 항목에 나온다.
지방에서 조사된 태몽 형상을 성별로 정리한 목록에서, 꽃은 여아 쪽 식물류에 들어 있다. 애호박, 푸른 참외, 오이, 밤송이와 함께다.
남아 쪽 식물류는 붉은 고추, 호두, 밤, 대추, 인삼이다.
백과사전은 그 기준도 적어두었다. 대와 소, 흑과 백, 양성과 음성, 완성과 미완성. 큰 쪽과 여문 쪽이 남아였고, 작은 쪽과 아직 안 찬 쪽이 여아였다.
꽃은 열매가 되기 전 단계다. 그래서 미완성 자리에 놓였다.
그리고 백과사전은 이 분류가 부계사회의 조건과 남존여비의 구습에서 왔다고 직접 밝히고 있다. 게다가 지역에 따라 뒤집히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남아로 읽던 대추를 경상도에서는 여아로 읽었다.
기록으로서는 볼 만하다. 예측으로 쓸 물건은 아니다.
꿈으로 임신 여부나 아이의 성별을 알 수는 없다. 태몽 이야기는 대개 일이 벌어진 뒤에 붙는다. 태몽 전반은 아기 꿈 쪽에 정리해두었다.
같은 논리가 달꿈에도 나온다. 거기서는 꽉 찬 달이 남아고 반달이 여아였다.
어떤 꽃이었는가
이 꿈은 장면이 꽤 여러 갈래로 갈린다.
활짝 피어 있었다
꽃밭이거나 나무 가득이거나, 한 송이가 유난히 크게 피어 있었다.
전통적 해석에서 피는 쪽은 좋게 적혀 있다. 마른 나무에 꽃이 피면 자손이 흥한다는 구절도 있다. 나무 꿈에 정리해둔 그 항목이다.
현대적으로 읽는다면 색이 또렷한 꿈은 그 자체로 드문 편이다. 무슨 색이었는지 적어두면 나중에 읽힌다.
시들어 있었다
전통적 해석은 흉한 쪽이다. 뜰의 꽃이 시들면 큰 재앙이라는 구절이 있다.
다만 이 꿈이 무슨 일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옛 항목이 무겁게 적어둔 건 그 시대의 읽는 방식이다.
꽃을 받았다
누가 건네줬거나 꽃다발을 받았다.
전통적 해석에 받는 장면을 따로 다룬 구절은 잘 안 잡힌다. 다만 옛 목록 전반에서 받는 쪽은 대체로 좋게 적혀 있다.
꽃을 꺾었다
전통적 해석에 특이한 구절이 하나 있다. 석류꽃을 꺾는 꿈을 두고 후대에 좋지 않다고 적어놓은 대목이다. 석류의 '류'가 머무를 '류'와 소리가 같아서 붙은 풀이다.
말소리로 뜻을 붙이는 방식인데, 옛 해몽에는 이런 게 종종 있다. 지금 그대로 쓸 규칙은 아니다.
손에 든 꽃이 졌다
전통적 해석이 무겁게 적어둔 장면이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건강에 관한 정보가 아니다.
남과 나눠 가졌다
이 글 제목이 된 그 항목이다. 옛 목록은 흩어짐으로 읽었다.
꽃을 심었다
전통적 해석에서 가장 좋게 본 쪽이다. 생기가 도는 상이라 재물이 는다고 적혀 있다.
밭에 심는 항목 전반이 좋은 쪽인 것과 결이 같다.
흰 꽃이었다, 조화였다
깨고 나서 장례가 떠올라 불안했다면 그 감정 쪽이 정보다.
전통적 해석에 조화를 다룬 항목은 없다. 그리고 옷 꿈에서 본 것처럼 옛 목록은 상복을 입는 장면조차 길한 쪽으로 적었다. 흰색을 흉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례 장면 자체가 인상에 남았다면 장례식 꿈 쪽이 맞다.
루미
"여덟 개 중에 하나 짚이셨죠?
옛 목록이 좋게 본 건 심는 쪽이었어요.
꺾거나 나누거나 지는 쪽이 아니라요."
꽃 꿈에는 왜 색이 남을까
이 대목은 짚어둘 만하다.
꿈에서 색이 또렷하게 기억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그런데 꽃 꿈은 유독 색이 남는다.
이유를 확정할 자료는 없다. 다만 하나는 말할 수 있다. 꽃은 다른 소재와 달리 색 자체가 그 사물의 핵심이다. 나무는 모양이 있고 사람은 얼굴이 있는데, 꽃은 색을 빼면 남는 게 적다.
그래서 이 꿈은 기록하기에 유리하다. 사건이 없어도 색 한 단어면 남는다.
전형적인 꿈의 주제를 조사하는 표준 척도에 꽃 문항은 없다. 이 꿈의 빈도를 잰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나 흔한지는 말할 수 없다.
정직하게 얘기하면
루미
"꽃 꿈은 무조건 길몽이라는 얘기, 검색하면 나오죠.
널리 도는 옛 목록엔 꽃 항목 자체가 없어요.
나중에 정리된 책엔 있는데, 거기선 지고 나누는 쪽을 무겁게 봤고요."
전통 해몽과 현대 연구는 근거의 종류가 다르다.
확인되는 것. 널리 도는 『주공해몽』 통행본 27개 갈래에 꽃 항목은 없다. 나중에 정리된 해몽서 계열에는 꽃 구절이 있고, 심는 쪽은 좋게 나누거나 지는 쪽은 나쁘게 적혀 있다. 한국 태몽 목록에서 꽃은 여아 쪽 식물류에 분류돼 있고, 그 기준은 완성과 미완성이었다.
확인되지 않는 것. 꽃 꿈의 빈도를 잰 자료는 없다. 전형적 꿈 척도에도 꽃 문항은 없다. 꿈으로 임신이나 성별을 알 수 있다는 근거도 없다.
백과사전도 해몽 목록을 늘어놓은 뒤에, 이런 풀이들은 여러 사람의 체험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지 일정한 이론적 근거를 가진 건 아니라고 직접 적어두었다.
몇 가지는 분명히 해두자.
꽃 꿈으로 임신이나 성별을 알 수 없다. 옛 분류는 그 시대의 기록이고,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도 사전에 적혀 있다.
시든 꽃 꿈이 나쁜 일을 예고하지 않는다.
손에 든 꽃이 지는 꿈이 건강에 관한 정보도 아니다.
꽃 꿈과 로또 번호 사이에도 확인된 연관이 없다.
자주 묻는 것들
꽃 꿈은 길몽인가요. 널리 도는 옛 목록에 꽃 항목이 없다. 나중에 정리된 해몽서에는 있는데, 심는 쪽은 좋고 지거나 나누는 쪽은 나쁘게 적혀 있다.
꽃이 활짝 피어 있었어요. 피는 쪽은 좋게 적혀 있다. 다만 그건 기록이지 예측이 아니다.
꽃이 시들어 있었어요. 옛 항목은 무겁게 봤다. 다만 무슨 일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꽃 꿈은 태몽인가요. 옛 태몽 목록에 꽃이 들어 있는 건 맞다. 여아 쪽으로 분류됐고 기준은 '미완성'이었다. 그리고 꿈으로 성별은 알 수 없다.
꽃을 받았어요. 받는 장면을 따로 다룬 옛 구절은 잘 안 잡힌다. 다만 옛 목록에서 받는 쪽은 대체로 좋게 적혀 있다.
흰 꽃이었는데 불길해요. 조화나 흰색을 다룬 옛 항목은 없다. 옛 목록은 상복을 입는 장면조차 길한 쪽으로 적었다.
꽃을 꺾었어요. 꺾는 장면을 다룬 구절은 소리로 뜻을 붙인 방식이라 지금 그대로 쓸 규칙이 아니다.
꽃 꿈이 오래 남는 이유는 색 때문이다. 사건이 없어도 색은 남는다.
그리고 옛 목록에 자리가 늦게 생긴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먹을 것이 급하던 목록에 보기 좋은 것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오늘 할 일은 세 줄이다.
- 무슨 색이었는가
- 꽃이 어떤 상태였는가 — 피었는지, 시들었는지, 꺾였는지
- 나는 뭘 했는가 — 봤는지, 받았는지, 심었는지, 나눴는지
첫 줄만 적어도 충분하다. 이 꿈은 색이 절반이다.

색만 남은 꿈은 적어두기 제일 쉽다. 한 단어면 되니까.
그리고 몇 달치를 모아보면 그 색이 그 무렵 마음이 어디 있었는지로 읽힌다.
꿈부적은 적어둔 꿈의 장면과 일간(日干) 오행을 함께 보고 오늘의 색과 배경화면을 만든다. 해몽을 대신 해주는 앱이 아니라, 흐려지기 전에 적어두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어젯밤 그 색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면.
→ 꿈부적에서 오늘 꿈 기록하기
참고자료
- 원판 『주공해몽』 27개 갈래 목차와 「밭·오곡·경작」 항목 · 꽃은 독립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음. 널리 인용되는 원문 구절을 옮긴 것으로, 원본 판본 대조는 하지 않음. 중국 전통 해몽 문헌이며 한국 민속 기록과 계통이 다름
- 『몽림현해』·『단몽비서』 계열로 전하는 꽃 관련 항목 · 심고 나누고 지고 시드는 구절. 위와 같음
- 태몽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태몽 형상의 식물류 성별 분류, 완성과 미완성의 구분 논리, 지역별 해석 차이, 남아 선호의 사회적 배경
- 꿈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민속신앙 해몽 비법 식물 항목, 해몽에 관한 서술. 꽃 항목은 확인되지 않음
- Nielsen, T. A. 외(2003), 「The Typical Dreams of Canadian University Students」, Dreaming 13(4) · 꽃 관련 문항은 55개 문항에 없음
- 현대 수면·꿈 심리학 연구 일반